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30세 이전 결혼”이 거의 당연한 삶의 과정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1975년 기준 미국인의 30세까지 결혼 비율은 여성 91.0%, 남성 81.0% 수준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에 진출한 뒤 비교적 빠르게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문화가 강했고,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일자리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의 30세까지 결혼 비율은 여성 25.6%, 남성 16.5% 수준까지 감소했다. 불과 반세기 만에 결혼이 “대부분이 하는 선택”에서 “일부만 하는 선택”으로 바뀐 셈이다. 이는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 규범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삶과 가치관이 훨씬 다양해졌다. 경제적 부담도 매우 커졌다. 미국 역시 집값과 월세 상승, 생활비 증가, 학자금 대출 부담, 고용 불안정 등이 심각해지면서 젊은 세대가 결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졌다.
다만 한국은 같은 흐름 속에서도 훨씬 더 급격한 하락을 보인다. 같은 연령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결혼율과 출산율은 미국이나 서구권 국가들보다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까지 낮은 경우가 많다. 단순히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안 해서”라고 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높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꼽힌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혼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 프로젝트처럼 만들어버렸다. 여기에 취업난과 불안정한 노동시장도 영향을 준다. 과거보다 학력 수준은 높아졌지만, 기대하는 삶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또 하나의 간접적 원인으로는 미디어와 SNS 발전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삶을 주변 몇 명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전 세계 사람들과 비교한다. SNS 속 타인의 소비 수준, 연애, 결혼생활, 육아 환경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결혼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고, 반대로 현실 만족도는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정도 조건은 되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대졸 비율 증가 역시 사회 구조 변화와 연결된다. 교육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 진입 시점이 늦어지고, 취업 경쟁도 심화된다. 과거보다 경제적 독립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결혼 연령도 올라간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은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저출산과 비혼 문제는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노동시장, 미디어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역시 결혼율이 크게 하락했지만, 한국은 그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강도가 더 심한 국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