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기본 원리 쉽게 이해하기, 미제스 화폐와 신용의 이론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1912년 도서 화폐와 신용의 이론은 경제학의 초석이자 화폐와 경기 순환에 대한 고전입니다. 이 책은 화폐의 본질을 인간의 행동이라는 철학적 틀 속에서 분석하며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어떻게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화폐의 기원은 행동의 산물

미제스는 화폐를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에 의해서 탄생한 상품으로 정의합니다.

화폐의 기능

화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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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계산 단위라는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 가치는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서 고대 사회에서 조개껍데기는 장신구로서 화폐로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조개껍데기를 아름답다고 주관적으로 가치 평가했고 물물교환보다 교환이 쉽다는 장점이 더해져 점차 조개껍데기가 고대에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현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100만원의 여윳돈이 있어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하게 됩니다.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는 이유는 미래에도 그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주관적 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 역사

어떤 물건이 현재 화폐로 기능하려면 과거에도 다른 용도로 가치가 있었다는 역사가 필요합니다. 즉, 화폐는 정부 명령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스스로 진화해야 합니다. 현재의 돈은 그냥 찍어내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 은, 부동산 등 실제 담보물이 있기 때문에 특정 물건의 가치를 바탕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은행업

미제스는 은행의 신용 행위를 두 가지로 나누고 그중 하나가 경제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경고합니다.

위험한 신용 매개물

상품 신용(Commodity Credit)은 실제 저축된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건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용 매개물(Fiduciary Media) 방식은 은행이 실제 예금된 돈이 없는데도 대출을 통해 창조해낸 약속의 증서나 불환 지폐 입니다. 이것은 위험한 신용으로 해석됩니다. 은행에 A가 100만 원을 예금했고, 은행은 이 100만 원을 B에게 빌려줍니다. 실제 저축된 100만 원을 바탕으로 한 신용입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자, 시중은행이 예금은 100만 원인데 장부상으로 150만 원을 대출해 줍니다. 새로 만들어진 50만 원이 신용 매개물입니다. 이 50만 원은 시장에 풀려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실제 저축은 100만 원뿐인데 150만 원이 풀리게 되어 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시작합니다.

강제 저축

은행이 신용 매개물을 창출하여 물가가 오르면, 일반 대중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의도치 않은 소비 감소분이 자본가들의 투자 재원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미제스는 이를 강제 저축이라고 부릅니다. 이 강제 저축은 지속 불가능한 투자를 유발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춥니다. -> 주택 건설업자들이 신용 대출을 받아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합니다. -> 건축 자재와 인건비가 폭등하여 식료품 가격까지 오릅니다.

일반 직장인 C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올라 여행이나 새 옷 구매를 포기합니다. -> C가 포기한 돈(줄어든 소비)만큼의 자원이 인위적으로 부동산 투자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강제 저축이며, 실제 여유 자본이 아니므로 이 투자는 언젠가 무너집니다.


위기는 왜 오는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반드시 아는 것이 좋습니다.

중앙은행의 개입

중앙은행이 시장의 자연 이자율보다 낮은 인위적인 금리를 설정하면 시장에 두 가지 잘못된 신호가 전달됩니다. "지금 저축하지 마세요." (금리가 낮으므로), "자원이 풍부하니 장기 투자를 하세요." (대출 비용이 싸므로)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이 상충하는 신호 때문에 실제 저축이 뒷받침되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과도하게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오투자입니다.

예를 들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0%로 낮춥니다. -> 건설사 D는 "이자 부담이 없으니 10년 걸릴 초대형 테마파크를 짓자!"고 결정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테마파크 완공 후 10년간 소비를 줄일 진정한 자본은 부족합니다. 싼 이자로 시작된 투자는 시간이 지나 인건비와 자재비 폭등을 겪고, 결국 이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공사가 중단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파산과 노동자 해고가 바로 불황(Crisis) 입니다. 불황은 청산 과정을 통해 경제를 다시 정상적인 자원 배분 상태로 돌려놓는 과정입니다.

불황은 치료 과정이다

미제스는 불황을 없애야 할 질병이 아니라 신용 팽창이라는 오남용에 의해 망가진 경제 구조를 수술하는 과정으로 봅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어 불황을 막으려 하면 경제 왜곡만 연장되어 결국 더 큰 위기가 올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현대 경제에 대한 실제 적용

미제스의 이론은 2008년 금융 위기나 최근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분석하는 데 강력한 해석을 제시합니다.

양적 완화

가장 위험한 형태의 신용 팽창. 막대한 신용 매개물을 시장에 풀어 자산 거품(주식, 부동산)을 유발한다. 2020년 이후 저금리로 인해 기술주와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불황을 겪는 현상

제로 금리 정책

인위적으로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행위. 단기적인 흥분을 주지만 장기적인 오투자를 낳는다. 실적 없는 스타트업들이 싼 대출로 과도한 몸값을 형성했다가, 금리가 오르자마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청산되는 과정

화폐의 신뢰 하락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량을 무한정 늘릴 때, 사람들은 화폐 대신 실물 자산(금, 부동산, 비트코인 등)으로 도피하려 한다. 정부의 재정 적자가 심화될수록, 사람들이 달러나 금 등 국가 통화 외의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정부나 중앙은행의 개입이 우리의 자본과 미래를 어떻게 왜곡시키는지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기타

핵심 이론들은 현대 경제에도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다른 부분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100년 정도 전에 집필됐기 때문에 세부 방법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비유를 하면 손자병법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손자병법은 전쟁에 대한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춘추전국시대로 말에 마차를 연결해서 싸우는 방식이 주로 많았습니다. 일단 이런 방식은 초고대적 관점이고 고대, 중세의 경우에도 그냥 말을 타거나 보병 중심이 많았습니다.

손자병법에서 대시하는 실질적인 전투 방식은 현대에 전혀 의미가 없지만 핵심 이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전쟁에서 외교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전쟁을 한다면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 등의 내용 입니다. 이것과 비슷하게 세부 방법은 다르지만 핵심 이론을 통해서 현대 경제에도 큰 의미를 주는 책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나 정부의 잘못된 개입은 아직도 큰 통찰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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